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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액션! 희망을 조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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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일본 후쿠시마의 재앙적 상황과 기후 대재앙은 대규모 원자력 발전과 경제 성장중심의 대량 파괴 및 개발 모델이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 99% 대 1%라는 부의 분배 속에서 사회 대다수의 위태로운 생존과 인종/민족/계급간 갈등, 사회적 배제와 여성혐오의 심화는 우리가 파국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기존의 여성주의적 의제에 대한 폭을 넓혀 문명에 대한 여성주의적 진단을 시도함과 동시에 대안적 가치를 모색할수 있는 시각과 힘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는 불안의 세계 속에서 방향전환의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페미니즘적 응답이다. 또한 월 스트리트 투쟁을 비롯한 글로벌한 저항, 쟈스민 혁명 이후 아랍의 봄, 그리고 희망버스와 강정마을 투쟁에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저항의 방식을 통해 파국의 순간들 속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조직하려는 적극적인 액션을 조명하려는 시도이다.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쟁점은 “액션!”과 “희망의 조직”이다.

이 섹션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은 여성의 시선과 위치에서 현 시대를 진단하고, 그에 대한 저항의 시도들을 포착한다. 일본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투쟁 20년을 배경으로 그린에너지의 대안을 모색하는 여성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잿더미에서 본 희망>은 발전주의의 순환구조를 깨고 생태주의적 공생이 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한다.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국가 폭력에 저항해 발언해 온 러시아 여성 저널리스트 안나 폴리코브스카야의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자유의 쓴 맛>은 국가 폭력 앞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사람 들과 그들의 무장 투쟁, 그리고 언어로서 폭력에 저항하고자 했던 여 성 저널리스트의 모습을 통해 국가 폭력의 문제를 재사유하게끔 한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 폭력 앞에서 가능한 저항은 무엇일 수 있는 지를 무겁게 질문한다.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 <깔깔깔 희망버스>, <희망버스, 러브 스토리>, <노래는 노래한다>는 문화적 저항과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열린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다. 여성 아티스트 린 허쉬만이 감독한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는 페미니스트 예술과 문화 운동을 재조명하며 페미니스트 예술이 어떻게 여성주의 의제를 공론화하며 사회적 균열을 가해왔는지를 분석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심혜정은 <노래는 노래한다>에서 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환기시키는 민중가요를 통해 지난 시대 저항의 주체였던 386세대들의 현재를 되묻고 2000년대 달라진 대중 운동의 판도 속에서 지난 시대 저항의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여기에 2011년 한국을 뜨겁게 달군 희망버스의 대중적 저항을 다룬 이수정 감독의 <깔깔깔 희망버스>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중공업 여성 노동자였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트위터를 매체로 했던 투쟁, 그리고 대중들과 여배우가 만들어낸 투쟁 전선은 한국사회에서 저항을 조직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한 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희망버스의 대중적 투쟁을 포착함과 동시에 한진 중공업 투쟁에 결합하여 문화적 난장을 펼치며 시대적 고민에 적극 적으로 동참해온 다양한 여성들을 조명한다. 아울러 그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인터넷 공간을 통해 레고 애니메이션을 공개해 김진숙 위원과 희망버스 투쟁을 전세계에 알렸던 박성미 감독은 이후의 투쟁 사를 덧붙여 <희망버스, 러브 스토리>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쟁점 섹션을 통해 파국의 한가운데에서 역설적으로 피어 오르는 희망과 일상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홍소인(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상영작 리스트 ( 6편 )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 | !Women Art Revolution: A Secret History
 감독 : 린 허쉬만
 미국 | 2010 | 83' | Digi-beta | color | 다큐멘터리

2011 선댄스영화제 2011 베를린국제영화제

시놉시스 이 작품은 내밀한 인터뷰와 도발적인 행위 예술, 과거의 진귀한 영화 푸티지와 비디오 영상을 통해 페미니스트 예술혁명이 어떻게 우리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페미니스트 예술 운동의 역사를 흥미롭게 드러낸다. 페미니스트 예술 운동은 정치 문화적 변혁의 본보기를 제시한 운동이었다. 여성들의 예술 시위는 여성주의 주제에서 나아가 인종 차별과 폭력에 대한 반대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싸워왔다. 이 선구적 여성 예술가의 열정과 용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학자들에 의해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 운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프로그램 노트 이 작품은 미국의 현대미술사에 있어서 배제되거나 침묵되었던 페미니즘 아티스트들의 활동과 작품들을 가시화하며 공인되어온 기존의 역사서술에 의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 물음 속에는 주로 남성 아티스트들과 이론가 및 큐레이터 등을 통해 (재)생산된 예술적 권위와 주변화 되었던 여성 아티스트들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는 보다 적극적으로 ‘숨겨진 역사’를 재발굴 하고 재담론화 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현재와 과거가 역동적으로 대화하는, 말하자면 살아 움직이는 역사영화를 구성해가고자 한다. 따라서 이 작품 속에는 짐짓 점잖은 체 하는 객관적 내레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티스트로서 활동해 온 감독 자신의 목소리가 영화 전반에 흐르면서 수많은 여성 아티스트들과의 대화들을 엮어낸다. 이 대화들 속에서 그녀들이 개입하고 창조해왔던 새로운 예술에 대한고집과 저항의 퍼포먼스들이 펼쳐진다. 이와 같은 작품의 태도는 페미니즘적 역사서술의 영화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보다 실천적으로 과거 여성 아티스트들의 삶과 작품을 현재적으로 소생시키며 젊은 여성주의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역사적 원천과 에너지가 되고자 한다. (김유성)

잿더미에서 본 희망 | Ashes to Honey
 감독 : 가마나카 히토미
 일본 | 2010 | 116' | DV | color | 다큐멘터리

2011 지판구페스트

시놉시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이와이 섬 주민들은 28년 동안 줄기차게 원자력발전소 추진 계획에 맞서 싸워 오고 있다. 1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섬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식의 삶을 지켜왔다. 섬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드는 다카시는 생계를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간절히 바란다. 스웨덴 지역사회에서는 이런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북유럽을 비롯 북극권 사람들은 세계화의 추세가 불러오는 악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이 섬의 우지모토씨는 버려진 농경지를 개간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하지만 전력 회사는 바다를 매립하여 인공대지를 만들고 그 위에 원전을 세우려고 한다. 섬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 출항하고 그 때마다 바다에서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프로그램 노트 지난해 3월 11일 대지진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재앙적 상황 이후 전세계적으로 반핵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잿더미에서 본 희망>은 일본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28년 간의 주민 투쟁을 배경으로 그린에너지의 대안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이와이섬 주민들은 일본 정부와 전력 회사가 바다를 매립해 인공대지를 만들고 그 위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자 줄기차게 이 계획에 맞서 싸워오고 있다. 이 작품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 이면에 깔린 발전주의 논리를 비판하며, 발전주의의 순환구조를 깨고 대안에너지와 생태적인 삶이 가능한 방향성을 고민한다. 그린에너지의 대안을 스웨덴에서 모색하는 감독의 여정과 시선이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여성감독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시에 여성들이 이끄는 주민 투쟁이 인상적이다. 재앙을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목도한 이후에도 한국 사회는 원전 건설 계획과 원전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바위를 부수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해 발전소를, 공장을, 군사기지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발전주의논리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홍소인)

자유의 쓴 맛 | A Bitter Taste of Freedom
 감독 : 마리나 골도브스카야
 스웨덴 | 2010 | 86' | Digi-beta | color | 다큐멘터리

2011 암스테르담국제영화제

시놉시스 두려움 없이 러시아 정부의 부정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안나 폴리코브스카야의 목소리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경외감을, 그리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감을 불러왔다. 모스크바의 진보 매체 노바야 가제타의 취재 기자인 안나는 푸틴 치하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었다. 그것은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였지만, 러시아 전체를 울릴 만큼 심각하고 위중한 사안이었다. 안나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48세의 나이에 암살당했다. 안나 폴리코브스카야의 일생은 한편의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킨다. 핍박 받는 이들의 곁에 서서 자신의 소명을 다했지만, 운명은 그녀의 삶을 비극의 종착역으로 이끌었다.

프로그램 노트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국가폭력에 저항해 발언해온 러시아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인권활동가인 안나 폴리코브스카야의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그녀의 대학 친구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리나 골도브스카야는 1990년대 초부터 2006년 그녀의 암살에 이르기까지의 15년 동안 안나 폴리코브스카야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다큐멘터리는 여성감독과 여성 저널리스트의 시선에서 러시아와 체첸의 민족 갈등, 체첸 난민, 체첸 반군의 테러, 그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다룬다. 안나와 감독 마리나 사이의 친밀함은 피사체와 카메라 간의 근접성으로 표현되어 관객을 안나의 보다 인간적인 면모로 이끌고, 이 점이 기존에 안나를 다룬 여타의 다큐멘터리들과 이 작품이 대별되는 지점이다. 마리나의 카메라는 안나의 행적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희생된 사람들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어서 두려움 한가운데에서 용기를 내야만했던 안나의 내면 심리를 포착한다. 안나의 취재 기사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남성 기자들의 평가와 이런 극단적 폭력의 상황에서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되묻는 안나의 질문 사이에서 우리는 글과 말, 카메라와 같은 표현 수단을 통해 저항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묻게 된다. (홍소인)

희망버스, 러브 스토리 | Hope Bus, A Love Story
 감독 : 박성미
 한국 | 2011 | 9' | HD | color | 애니메이션

시놉시스 어느 조선소 85호 크레인엔 두 사람의 죽음을 간직한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 두 사람의 친구였던 한 여성 노동자가 어느 날 새벽, 크레인 위에 오른다. 거대한 회사와 맞서 혼자 싸우는 그녀.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 경찰은 사람들을 막기 위해 정문을 봉쇄하지만,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는다. 경찰은 그들을 가로막고 물대포를 쏘지만, 사람들은 더 많이 늘어난다. 사람들 이 힘을 모아 풍등을 켜서 날리자, 크레인은 로봇으로 변신하는데…

프로그램 노트 크레인 위에서 306일 동안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이어간 한 여성 노동자. 그리고 그녀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레고 블럭으로 투쟁의 풍경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내었다. 여기에서 사람은 인간방패가 되고, 조립한 블록은 희망버스가 되고, 크레인 위 노동자는 거대한 로봇이 된다. 2011년 한국사회의 희망을 쌓아 올린 아름다운 투쟁과 김진숙의 이름을 영화는 사랑의 이야기로 기억하고자 한다. (김유성)

노래는 노래한다 | The Song Is Singing
 감독 : 심혜정
 한국 | 2011 | 12' | HD | color | 실험

시놉시스 80년대 운동권 노래가 흘러나오는 차 안에서 나는 시위현장을 차를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차 안에서 운동권 노래는 나오고 있지만 정작 나는 그 현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시위 현장은 경찰차로 둘러싸여 있고, 나는 술집에서 운동권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시청 광장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노래가 들린다.

프로그램 노트 비디오 아티스트 심혜정의 <노래는 노래한다>는 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환기시키는 운동권 노래를 통해 지난 시대 저항의 주체였던 기성세대들의 현재를 되묻고 있다. 지난 시대 운동의 상징이었던 노래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술집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마치 철 지난 유행가처럼 흘려 듣는 이 노래들은 과거의 영광, 상처, 추억이 될 수 있을지언정 현재가 되지 못한다. 시청 광장에서는 젊은 세대의 운동가가 들려오고, 감독은 2000년대 달라진 대중 운동의 판도 속에서 지난 시대 저항의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홍소인)

깔깔깔 희망버스 | Jinsuk & Me
 감독 : 이수정
 한국 | 2012 | 85' | Blu-ray | color | 다큐멘터리

시놉시스 나는 대체로 편안하게 살고 있었다. 그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하지만 2011년 6월, 버스를 타면서부터 내 일상은 뒤집어졌다. 처음엔 단순한 탑승객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미안했고, 보고 싶었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 나는 그 놀라운 장면의 주인공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버스를 만들고 버스에 탄 사람들, 그리고 언제까지일지 모를 고공농성을 몇 달째 이어가는 김진숙과 크레인을 지키는 노동자들. 저 멀리 높고 위태로운 곳에 있는 그녀는 트위터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친구가 되었다. 나도 어느 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은 그 한 사람을 넘어 모두에게로 번져갔다. 불가능해 보였던 싸움은 사랑과 희망을 믿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프로그램 노트 <깔깔깔 희망버스>는 2011년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희망버스의 대중적 저항을 포착함과 동시에 한진중공업 투쟁에 결합하여 문화적 난장을 펼치며 시대적 고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다양한 여성들을 조명한다. 중공업 여성 노동자였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트위터를 매체로 했던 투쟁, 디지털 공간과 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저항 방식, 그리고 대중들과 여배우가 만들어낸 투쟁 전선은 한국사회에서 저항을 조직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감독은 2011년 6월 버스에 오르며 뒤집혀버린 자신의 일상을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버스에 탄 사람들, 크레인을 지키는 노동자들,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교차시킨다. 희망을 만들고자하는 사람들의 부산스런 움직임은 부산 영도 앞바다 85호 크레인 앞으로 모여들고, 흩어져 다시 명동 마리 카페 앞으로, 이소선 어머니의 추모 행렬로 이어진다. 2011년 한국사회의 다양한 투쟁 속 어디에나 희망버스가 있었고, 그 모든 투쟁들이 다시 부산 크레인 앞으로 모여든다. (홍소인)